들어가면서.

저는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래밍은 초등학교때 GW-BASIC으로 간단한 도형 그리기까지가 전부였고, 컴퓨터를 활용하는 주 목적은 야동인터넷 웹서핑이나 오피스작업, 그리고 게임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리뷰라 해봤자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 겉핥기 수준이며, 또한 옛날 이야기는 요즘 간혹 느껴지는 치매끼 때문에 사실과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배우는걸 좋아해서 틀린점을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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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의 구글 이미지 무작위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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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95가 처음 나왔을때 소위 WWW(World Wide Web)으로 대표되는 인터넷은 저같은 엔드유저에겐 매우 생소한 것이었죠.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여전히 개인용 컴퓨터에 있어 네트워크는 지금처럼 필수가 아닌 옵션이었고, 대부분의 가정에 들어가는 네트워크라인은 지금처럼 정액제의 Mbps급 라인이 아닌 시간마다 돈이 드는 종량제의 28Kbps급 전화 라인이었습니다. (56K 모뎀은 조금 있다 대중화되었죠.) MS도 WWW에 별 무게를 안두었는지 MSN이라는 해괴망측한 서비스를 Windows 95에 내장시키기도 했었고 말입니다.

때문에 자연히 WWW엔 관심이 덜했고 PC통신이 먼저였는데, 당시 제가 가입했던 천리안에서는 제가 원했던 정보를 찾는데 한계가 있더군요. 커뮤니티 서비스는 좋았지만, 진정 제가 원했던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고 이 때문에 마침내 검열이 우리나라처럼 심하지 않은 외국의 정보를 WWW를 통해 찾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행히 저보다 먼저 WWW를 사용했던 수많은 분들의 노력 끝에 저는 그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맛있게 밥만 먹으면 되었죠. 또한 TCP/IP를 내장한 Windows 95 덕에 굳이 쉐어웨어 형식이었던 트럼펫 소켓을 이용할 필요도 없었고, 천리안의 WWW서비스 공지사항에 적혀 있던대로 가벼운 설정 후 웹브라우저를 실행해서 인터넷을 즐기면 되었습니다. (아직 원클릭같은 서비스는 없었던 때입니다. 그래서 이런 쉬운 방법도 나름 노하우가 되어 친구들에게 WWW를 가르쳐주면서 밥을 얻어먹었던 기억도 나네요)

문제는 Windows 95에 웹브라우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Wikipedia에 따르면 당시 "Microsoft Plus! for Windows 95"나 OEM 버전의 Windows 95에 Internet Explorer 1.0이 포함되어 있었다곤 하나 일단 제가 사용하는 Windows 95에는 그런 것이 없었고, PC통신을 통해 Netscape Navigator를 받기엔 너무 큰 용량이었습니다. 지금과 달리 1MB가 넘는 자료를 받으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으니깐요.

당시 도움을 받았던 것이 바로 PC잡지입니다. 지금은 촌빨날리는 탓인지 거의 아무도 안하는 분위기지만(Windows Service Pack 정도가 나왔을때나 할까요?), 당시만 하더라도 부록으로 이런저런 유틸리티를 모아놓은 CD를 잡지마다 제공했었고 이는 느린 통신라인을 썼던 유저들에겐 피같은 유틸리티 모음집의 역할도 했었습니다. 바로 그런 CD에 Internet Explorer 2.0이 들어있었죠. 당시 쓰고자 했던 Netscape Navigator는 유료로밖에 혹은 판촉용 CD로나 구할 수 있었는데, 서울도 아니고 지방에 있었던 제가 구하기 어려웠던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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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et Explorer 2.0. 참 볼거 없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본 WWW였습니다. 몇번의 시행착오끝에 처음 28K 전화선을 타고 그림이 뜨는것은 한마디로 전율 그 자체였죠.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PC잡지를 통해 어떻게 웹서핑을 하는가 정도는 파악했기 때문에 곧바로 주소창에 원하는 주소를 조심스레 쳐 넣었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야후!같은 사이트가 아니라 당시 Hot Wind라는 성인잡지에서 나온 기나긴 주소를 조심스레 쳐 넣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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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이때만 하더라도 웹브라우저간의 웹페이지 렌더링은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IE에 최적화된 페이지가 Firefox나 Opera에서 깨져보이는 식은 크게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처럼 웹페이지가 복잡하지 않았고, 지극히 간단한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워드프로세서로 단순한 문서를 작성 후 html 파일로 저장한 것이 대부분 웹페이지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요?

실질적으로 제가 느끼는 차이점은 웹페이지가 얼마나 잘 보이느냐보다는 웹브라우저가 어떤 기능을 가지느냐였으며, 이것이 웹브라우저를 선택하는 기준이었지요. 지금처럼 하나의 호환성에 묶여 어떤 웹브라우저에 최적화된 웹페이지때문에 그 웹브라우저를 선택하는 형태가 아니었죠. 마치 이미지 편집도구에 있어 똑같은 JPG 파일을 보여주지만 기능때문에 대부분의 업체에서 Photoshop을 사용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Netscape Navigator는 독보적인 존재였죠. 확실히 Internet Explorer에 비해 기능면에서 더욱 다양한 브라우저 자체 기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거의 최근까지도 변하지 않았던 Netscape 브라우저의 특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발자들이나 파워유저들의 입장이었고, 저같은 라이트 유저에겐 오히려 독으로 다가오기도 했었는데 그게 바로 1996년 8월 비슷한 시기에 3.0 버전을 발표했던 Netscape Navigator와 Internet Explorer 사이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Netscape Navigator 3.0과 Internet Explorer 3.0. 이때부터 MS는 본격적으로 브라우저시장 정복을 위해 OS안에 웹브라우저 내장이라는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당시 컴퓨터 사양은 그리 높지 않아서 Windows 95도 돌리기 버거운 하드웨어 환경에서 웹브라우저를 돌리는 것은 꽤 부담이 가는 작업이었는데, Netscape Navigator의 무게가 Internet Explorer에 비하면 꽤나 무거워진 것이었지요. 이는 3.0부터 본격적으로 Internet Explorer가 Windows 안에 내장된 탓이 큰데, 이는 당시 유저들의 사양을 고려해보면 Netscape에 꽤나 치명적인 것이었습니다. (4.0부터 내장되었다 보는게 일반적인데, 당시 언어가 다른 IE 3.0을 한글판에 깔면 시스템이 망가지거나 캐시폴더가 일반폴더와 접근성에서 제한을 가진것으로 보아 3.0부터 OS에 통합되기 시작했다 보는게 타당할겁니다)

똑같이 웹브라우저를 띄울때 Netscape Navigator가 뜨는 속도는 당시 Internet Explorer가 뜨는 속도에 비하면 몇배는 더 걸렸고, 더군다나 여전히 기능면에서 월등한 Netscape Navigator은 프로그램 덩치마저 컸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 Windows 98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고, 비록 OS 내부코드를 건드리면서까지 설치되는 IE였지만 OS패키지에 공식적으로 포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독점 시비는 크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플러스팩에 IE 1.0이 포함되어 있었다지만 역시 신경쓸만한 일은 아니었죠. 워낙 기능이 하찮았으니깐요. 과거부터 윈도우에 그림판이 내장되어 있어왔지만 누가 신경이나 쓰던가요?)

저의 경우 역시 비슷한 시기에 나온 Netscape Navigator 3.0과 Internet Explorer 3.0 둘 모두를 Windows 95에 설치했었습니다. 하지만 주력 브라우저는 Internet Explorer가 되었죠. 다른 이유는 크게 없었습니다. Internet Explorer가 빨랐거든요.

첫 실행속도야 앞에 언급한대로 Internet Explorer가 빨랐다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당시 렌더링 엔진을 보면 Netscape Navigator가 Internet Explorer보다 우월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어디까지나 그것은 충분한 대역폭의 회선이 있을때나 그런 것이었지, 28K 다이얼업 모뎀에서는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Netscape Navigator는 이미지를 다 읽기 전까진 화면에 표시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죠. 반면 Internet Explorer는 읽는 중간중간에 스트리밍으로 이미지가 표시되었구요. 캐시에 저장된 이미지라던가 높은 대역폭의 회선에서야 Netscape가 빨랐겠지만 모뎀 사용자에게 있어 이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이미지 한장 받는데 몇십초가 걸리던 시절 Netscape Navigator에서 이미지로 정보를 판단하는것은 너무나도 인내심을 요구하였으니깐요.

간단히 어여쁜 아가씨의 사진을 웹서핑으로 감상한다고 해보죠. Netscape의 경우 다운로드가 다 끝날때까지 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내 맘에 꼭 들 경우라면 빙고를 외치겠지만, 현실은 꼭 나에게 좋게만 다가오지 않죠. 반면 Explorer의 경우 중간에 일차적으로 얼굴 판단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맘에 안들면 바로 Back 버튼을 눌러 다른 아가씨의 갤러리를 눌러주죠. - 이 얼마나 효율성에 차이가 있습니까?

복잡한 웹페이지에서야 Netscape Navigator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 할지라도, 당시만 하더라도 웹페이지 구조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간단한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Netscape의 이러한 장점은 저에게 있어 크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가 Internet Explorer 3.0부터 나오기 시작한 ActiveX 였습니다. 지금이야 ActiveX가 그 부작용때문에 악의축으로 낙인이 찍혔고 MS에서도 이를 버리는 추세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ActiveX는 Netscape의 플러그인에 비하면 훨씬 가벼우면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죠.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하는 Netscape에 비해 ActiveX는 그냥 화면창에 설치여부만 묻고 바로 작동을 했으니 그 편리함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또한 간혹 Windows 3.1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러그인의 경우 Windows 95의 안정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 데 반해, 철저히 Windows 95 기반이 거의 완전수준이었던 ActiveX는 (지금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지만) 시스템 안정면에서도 훨씬 탁월했었습니다.

물론 신기술은 여전히 Netscape가 우월했습니다. 대표적인게 VRML의 적용인데, 잘 기억이 안나실지 모르지만 대충 3D를 웹브라우저 상에서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쓴 웹페이지는 거의 찾을수가 없었죠. 웹브라우저를 띄우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던 당시 하드웨어 환경에서 3D라는건 한 번 신기해서 시도해 볼 정도였지, 본격적으로 쓸만한 단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기능의 추가가 브라우저 자체의 무게를 더욱 늘리는 부작용을 낳게도 되었고요.

3.0 버전을 기점으로 그나마 그럴듯해진 Internet Explorer 였지만, 여전히 시장의 대세는 Netscape Navigator였고 슬슬 다음 버전이 기다려지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대다수의 웹페이지는 Netscape Navigator에서 잘 보인다는 글이 시작화면에 들어있었고, 운영체제 안에 웹브라우저를 끼워넣은 MS의 전략에 대해 Netscape는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가 기대됐었죠.


1997년 6월, MS보다 한 발 앞서 Netscape는 4.0 버전을 발표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신기술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크게 기억나는건 없고, Smart Address 기능이라 하나요? 인터넷 주소를 입력할때 앞글자만 쳐도 뒷주소가 자동으로 메꿔지는 기능 도입 정도가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예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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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scape Navigator 4.0의 스크린샷. 아이콘이 예뻐졌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복잡한 기능까지 파고드는건 거의 없어서 뭐가 구체적으로 달라졌는지 크게 기억에 남는건 없군요. 3.0버전에 있었던 VRML이 4.0버전에선 없어졌던것 같기도 합니다. 뭐 3.0에서 봤을때부터 삽질같기도 했었죠.

사실 4.0버전대의 Netscape Navigator는 꽤 성공했었습니다. 발표와 동시에 기존 3.0 브라우저는 급속하게 4.0 버전으로 교체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리고 이때쯤 WWW가 일반에게 슬슬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때쯤 원클릭 서비스나, PC통신사에서 더욱 편한 WWW 접속서비스를 했을겁니다) Netscape 4.0에 최적화되었다는 홈페이지가 급속하게 많아졌죠.

하지만 이때 국내 홈페이지들을 보면 이미 Netscape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겉으로는 Netscape에 최적화되어있다는 문구를 집어 넣었지만, 실제 보여지는 페이지를 보면 엄연히 Internet Explorer에 확실히 최적화된 홈페이지가 많았거든요. 그 이유는 다름아닌 글씨체입니다. Windows 95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바로 "굴림체"를 들 수 있는데, Internet Explorer에서 보는 한글 페이지는 굴림체로 표시되었던 반면 Netscape Navigator로 보는 페이지는 바탕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뭐 둘다 지금 Windows Vista에 도입된 맑은고딕체에 비하면 둘다 모니터화면보다는 인쇄페이지에 적합한 글씨체이겠지만, 적어도 굴림체는 바탕체에 비하면 확실히 판독면에 유리했으며 때문에 대다수의 웹페이지는 굴림체를 썼었는데 이것이 제대로 표시 안되는게 많았다는것은 Netscape의 최적화를 사실 하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의도된 바탕체입니다.
이 부분은 의도된 굴림체입니다.
이 부분은 의도된 돋움체입니다.

↑ 지금은 뭐가 편하다고 보기엔 너무 굴림체에 익숙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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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파트를 안나누고 계속 작성하려 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티스토리에서 에러를 내는군요. 서버 자체가 이상한건지, 아니면 글이 길어져서 문제를 일으키는건지 6번째 이미지를 삽입하려고만 하면 해당 창이 얼어버립니다. 어쩔 수 없이 두 부분으로 나누어 게시물을 작성하니 양해 바랍니다.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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