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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pedia에 따르면 최초의 마우스는 1963년 발명되어 이후 1994년 매킨토시에 쓰이면서 널리 퍼졌다고 하더군요. 키보드에 의한 텍스트 위주의 컴퓨팅 환경에서 그래픽 위주의 환경으로 바꾸는데 일등 공신은 바로 마우스라 봐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마우스가 개발 된 후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옵티컬 센서의 채용이나 무선화, 추가버튼의 채용 등등 여러가지 기능이 이후 마우스에 추가되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스크롤 휠의 채용이 최초의 마우스 발명 이후 가장 획기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가로가 길쭉한 컴퓨터의 모니터 환경과 일반적으로 세로가 길쭉한 종이문서간의 부조화한 격차가 바로 이 스크롤휠 하나로 극복되었다고 생각하니깐요.

사실 일반적인 워드프로세서 화면이나 웹페이지를 계속 읽어나갈 때 보통 윈도우 오른쪽에 달려있는 스크롤바는 가장 많이 쓰는 부분이지만 그 두께는 너무나도 얇아 커서를 옮겨 선택하려면 매우 신경쓰이는 부분이었는데, 스크롤휠의 도입으로 더이상 페이지를 읽어나갈때 스크롤바를 선택하려 애쓸 필요가 없어졌지요. 마치 책을 읽을때 책장을 넘기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신경쓰려(annoying)하지 않는것처럼 말입니다.

우연이었을까요? 이 스크롤휠을 가장 처음으로 대중화시킨 것은 MS였습니다. 1995년 스크롤휠이 발명되었지만, 메인스트림으로 나온것은 1996년의 MS 인텔리마우스에 의해서였지요. 당연히 Windows에 제일 처음 도입되었으며, PC에 도입된 그 어떤 장치보다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어 지금은 스크롤휠을 채용하지 않은 마우스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MS는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는지 거의 자신들이 원조라 할 수 있는(마우스 자체는 애플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발명되었지만, 애플팬들은 매킨토시를 통해 애플이 마우스의 원조격이라 주장하듯) 이 스크롤휠을 10년 넘게 썩혀 왔습니다. 웹브라우저에서 페이지를 넘길때 사용하는 용도 이외엔 그 어떤 창의성도 찾을 수 없었죠. 그런데 이번 Windows Vista의 인터페이스를 보면서 드디어 MS가 이 스크롤휠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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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XP까지의 시작 인터페이스



간단히 그림으로 보면 더 빠르겠죠. Windows XP까지의 시작버튼을 통한 프로그램 탐색 과정은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지리한 마우스의 이동 과정을 거칩니다. 자주 쓰는 프로그램을 따로 빼내는 것이 편하긴 하지만 세상일이 예측한대로만 되지는 않죠. 안쓸것 같은 부분도 찾아서 쓸 때가 있고, 또 꼭 그럴때면 잘 안되는 소위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법칙이 통하는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Windows Vista의 시작버튼을 통한 탐색 과정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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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Vista의 인터페이스. 스크롤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버전의 Windows에 비하면 프로그램 탐색을 위한 마우스의 움직임이 스크롤휠로 인해 비약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실제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 마우스 커서의 이동범위는 저렇게 대충 놓는 곳으로 한정되지요. 나머지는 그저 스크롤휠의 움직임에 맡기면 됩니다. 드디어 스크롤휠 탄생 10년이 훨씬 지나서야 MS는 그 또다른 사용법을 찾아낸 것이지요. 물론 결과는 매우 훌륭하다 생각하구요.

물론, 역시 MS답게( :D ) 더이상 편리한 인터페이스에 대한 획기성은 쉽사리 보이지 않습니다. 상상력의 부재라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 위 화면처럼 개인폴더를 따로 메뉴화시켜서 시작버튼을 통해 탐색하길 즐겨하는데, 이 부분에선 여전히 과거의 불편함 - 특히 파일 숫자가 많을때 - 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절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있습니다. 바로 이전 포스트에서 잠시 나왔던 Flip 3D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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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역시 스크롤휠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 2버튼 + 1스크롤휠이 일반적인 보통 마우스에선 따로 Flip3D를 위한 단축키 지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절반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죠. 아마 대부분이 윈도우키 + Tab키로 Flip 3D를 구동시킬 것이고, 굳이 마우스 휠을 쓰고자 한다면 윈도우키 + Ctrl + Tab키 조합이라는 다소 아크로바틱한 손동작을 써야만 - Flip 3D가 고정됩니다 - 스크롤휠을 간신히 쓸 수 있으니깐요. (개인적으로는 7개 버튼이 달린 마우스를 사용하는지라 꽤 편리하게 쓰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입니다.) 만약 Mac의 마이티마우스를 통한 Squeezing처럼 화면전환을 위한 버튼을 일반화시켰다면 Flip3D는 또다른 결과를 냈을지도 모릅니다. (뭐... 이제까지의 전례를 봤을때 손닿기 쉬운 위치에 그런 버튼을 놔뒀다면 또다른 엄청난 비난을 양산할 가능성도 높습니다만...)


MS의 이제까지 행보를 보면 참 답답한 점이 많습니다. 과거 빌게이츠의 자서전이었던 "미래로 가는 길"에서 지적했던 OS/2 개발시 거대집단의 비효율성을 보였던 IBM의 행태를 이제 MS가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그 대표적인게 바로 이번 포스팅에서 보인 스크롤휠을 이용한 인터페이스고요. 드디어 MS가 한건 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것이 제품 전체를 대표할정도로 인상적이지 않고, 여전히 보수적인 - 그러면서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요. iPod가 클릭휠을 통해 그 정체성을 나타냈듯, 분명 Windows Vista도 스크롤휠의 사용을 통해 보다 확실한 정체성을 보일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건 점점 MS가 침체함을 나타내는것이라고도 보입니다.

하지만 늦게나마 Office 2007이나 Windows Vista에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시험하는 모습을 볼 때 뭔가 달라진 모습을 앞으로 보일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게 만드는군요. 언젠간 애플 따라쟁이라는 말도 벗어버릴 수 있겠지요. :D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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