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의 원인은 간단합니다. 공교육에서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사교육의 요소가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대학입시에 반영되기 때문이겠죠. 제가 대학 들어갈때는 수능 + 본고사(논술 포함) + 내신이 소위 쫀심좀 있다는 대학의 필수 요소였는데, 아무리 인재를 뽑는다는 측면은 좋지만 이건 공교육이 살아있었다는 10여년전 고등학교에서도 소화 불가능한 정도였습니다.

일단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보면 대부분이 암기 위주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는 나쁜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고력을 키우려면 어느정도 기초 지식이 쌓여야 하는데 암기에 기반하지 않고는 기초가 쌓일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수능으로 사고력을 요구하는데, 이것부터 골때리는 겁니다. 사실 고등학교까지 암기로 배워야 할 양도 만만치 않은데 여기에 짱돌까지 굴리라는겁니다. 사고력 위주의 교육... 절대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권장해야 할 것입니다만, 앞서 말했다시피 사고력을 발휘하려면 어느정도 지식기반이 쌓여야 합니다. 구구단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숫자를 굴리는 것과, 미적분까지 알고 나서 숫자를 굴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수능에서 요구하는 사고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그전에 백날 짱돌 굴려봤자 소용 없으며 적어도 고3까지 배울것을 배워 알아야 그나마 수능을 위한 사고력에 쓰일 밑천이 생기는 겁니다. 학부모들이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스터 시키려고 과외시키는게 뻘짓이 아니라는거지요.

본고사까지 가면 더더욱 골치아파집니다. 대표적으로 논술을 보죠. 수능을 위해 실컷 객관식 혹은 단답형에 맞춰놨던만 이제 장문으로 글을 쓰라고 합니다. 네.. 의도는 좋죠. 분명 그렇게 나가야만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중고등학교 6년동안 백일장 말고는 한번도 내신에 들어가는 요소에서 그렇게 긴 글을 쓴 기억이 없습니다. 별수 있나요? 역시 전문 과외교사 불러서 따로 교육받아야 합니다. (요즘 인터넷상에서 보는 중고딩들의 글을 보면 대체 어디서부터 가르쳐야할지 난감할 때가 좀 많습니다만...)

이쯤되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사교육문제의 원인을 아시겠지요? 바로 학교교육과 입시가 불일치하는게 문제라는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학교교육여건과 입시가 불일치하는게 문제라는거죠.


결책은 두가지입니다. 학교가 변하느냐 입시가 변하느냐죠.

가장 옳은 방법은 학교가 변하는겁니다. 사고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체험을 시켜주고, 활발한 논의를 거치게 하며, 누구나 정해진 커리큘럼을 수준 이상으로 통과하게 하는것 말이죠.

논술능력과 사고력 향상을 위해 아래와 같은 문제가 내신 시험으로 등장하는겁니다.

한국지리 시험문제 예 - 위 도표에 등장한 한강과 낙동강 하상계수를 근거로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주장한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400자 내외로 논하시오.

영어시험 예 - (준비된 영어 테이프를 들려준 후) 앞의 지문에서 Thomas의 입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전시간에 배운 시제용법과 부정사용법을 활용하여 200자 내외로 논하시오.

세계사시험 예 - 18세기 열강에 의해 시작된 제국주의를 20세기 초반 민족주의 시각으로 1000자 내외로 논하시오.


이정도 되면 암기 + 사고력 + 논술력까지 한방에 OK입니다. 학교 교육에만 충실해도 본고사까지 걱정 없죠.

그게 안된다면... 과감히 예전 학력고사식으로 암기위주로 돌리는겁니다. 어차피 대학 1학년동안엔 고등학교까지 지겹게 배웠던거 다시 좆빠지게 배웁니다. 인문사회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나온 기초과학쪽은 수학, 물리, 화학을 필수과목으로 다시 배웠죠. 그리고 4학년때까지 대략 암기의 연속입니다(3학년부터는 좀 편해집니다. 2학년때까지 힘들여 암기할것들을 짱돌에 새긴 덕분에 시험치기 편해지더군요). 석사과정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최신학문범주에 다가가서 또 열심히 암기하고 대략 박사과정쯤 가야 그때까지 배운거 활용해서 실험하더군요. 딱히 고등학교까지 암기위주로 공부한다 해서 그리 손해보는건 아닙니다.


족으로, 비단 입시뿐 아니라 많은 분야가 이렇게 어긋난 모습을 보이더군요. 특히 토론프로그램에서 이런 경우를 자주 보는데, 애초 포지션 자체가 전혀 정 반대인 정당의 토론자가 전혀 반대의견의 합리성을 주장하다가 발리는 경우가 대표적이 되겠습니다(당췌 친재벌적 주장만 반복해오다가 재래시장 경제를 살리겠다는둥). 혹은 토지보상금때문에 숭례문 태운 영감태기에겐 분노하면서 나라가 어떻게 되건 말건 부동산에 목숨거는 사람들의 모습이던지, 과거 유시민이 국회에 평상복 차림으로 나온걸 비판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조소를 보내면서 정작 진중권 토론 말투 하나에 꼬투리 잡아 난리치는 사람들이나...

생각해보니 입시에 의한 사교육 문제가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군요... 흠흠...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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