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지른 아이팟 셔플

▶ 이번에 지른 아이팟 셔플


초 아이팟 셔플을 지른 이유가 바로 작은 크기, 그리고 목걸이 방식이 아니라 클립 방식이라서 운동할 때 쓰기 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마침 이것을 선택할 때 우리나라 MP3 플레이어 업계가 많이 정리된 탓인지 은근히 선택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 기인했을수도 있구요.

처음 며칠은 정말 만족하며 썼습니다. 거의 녹초가 될때까지 몸을 혹사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작은 크기, 그리고 가벼움... 또한 너무나도 단순한 조작체계 덕에 지금 메인 MP3 플레이어로 쓰고 있는 Cowon D2처럼 화면 어디를 작은 터치펜을 들어 눌러야 할건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말이죠.

흔히 단점이라 지적되는 텅 빈 음색, 그리고 짧은 재생 시간 등은 이미 알고 있기도 했었고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부분일뿐더러 어차피 무언가를 골몰하며 듣는 목적보다는 그저 귀에 음악이 들리는 것만을 목적했기 때문에 이것도 현재 저의 고민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면에서 이제까지 지른 다른 가젯들과는 상대도 안될 정도의 고민이 되더군요. 바로 이걸 써? 말어? 수준의 고민 말입니다.

우선 제일 처음 맞닥뜨린 부분은 아이팟을 USB 도크에 연결한 상태에서 부팅이 안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건 흔히 예상하는 수준인 비스타와의 충돌도 아니고 바이오스 수준... 그것도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서 말이죠. 컴퓨터 전원을 넣으면 맨처음 메모리 점검을 하는데, 딱 거기에서 멎어버립니다. 현재 제 PC에 있는 11개의 포트 어디에 연결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뭐... 이 부분이야 간단히 부팅시 아이팟을 살짝 분리해주기만 하면 정상적으로 돌아옵니다. 심지어 실수로 아이팟 분리를 잊어버렸다 해도 그걸 인지한 순간 바로 빼주기만 하면 부팅은 됩니다. 다행히 모니터 받침대 바로 위에 아이팟 도크를 두었기 때문에 손만 뻗으면 해결될 문제죠.


결정적인 문제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아이튠즈와의 문제입니다.

적어도 여러 웹사이트에서 그렇게도 극찬하던 아이튠즈... 뭐 이참에 한번 써보는것도 괜찮지 하는 맘도 들었고, 나름대로 아이튠즈 사용을 대비해서 미리 수만여개에 이르는 MP3 파일들의 메타 태그도 한달 가까이 수동으로 정리해 주었습니다. (요즘 프로그램들이 워낙 기능이 좋아 자동으로 다 해 준다지만, 비영문권 음악가들에 대해선 데이터가 미비하거나 제대로 정렬이 안되는 문제가 있어 Mp3tag라는 프로그램으로 하나하나 정리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해도 도저히 아이튠즈를 쓰기가 힘들다는거죠. 적어도 저에겐 굳이 지금 잘 쓰고 있는 윈미플 11을 버리고 아이튠즈로 넘어갈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라이브러리 방식의 재생 프로그램은 편리한 기능이 많습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기능은 재생 횟수에 따라 자동으로 등급을 지정하여 차후 리스트를 만들때 선택을 보다 쉽게 해주며, 특히나 휴대용 MP3 플레이어 용량이 커짐에 따라 이 기능은 거의 필수적으로 쓰이죠. 문제는 제가 이미 D2와 윈미플11간 동기화를 위해 윈미플을 메인 플레이어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노래를 따로 듣기 위해 아이튠즈를 켜는 일이 없다는 겁니다. 정말 재생 프로그램 자체만으로 아이튠즈가 윈미플11보다 탁월하다면야 당장이라도 옮겨가겠는데, 제 기준으로는 오히려 윈미플 11에 점수를 더 줄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빠른 속도... 그리고 시원시원한 화면 - 예전 포스트에서 밝혔듯 불편한 비스타의 Flip3D는 아이튠즈의 커버플로우로, 직관적인 OS X의 익스포제는 윈미플로 간 느낌입니다. 물론 단순 텍스트 정보는 아이튠즈가 더 많이 보여줄 수 있겠지만, 일단 현대는 그래픽 시대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윈미플11의 라이브러리 화면은 아이튠즈보다 훨씬 직관적입니다)

이러다보니 아이튠즈에서 아이팟으로 노래를 넣는 일은 할때마다 중노동입니다. 작은 글자를 클릭하여 다시 작은 크기의 아이팟 영역으로 넣어야 하니... 윈미플11에서 동기화할때 원하는 파일을 선택한 후 그냥 오른쪽 아무곳에나 던져버리면 자동으로 들어가는 것에 비하면 꽤나 성가실 정도의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선호도 지정이 재생횟수 부족으로 안되기까지 하니 매번 리스트 만드는것도 고역이고... 참 힘듭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맥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정확히는 윈미플11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두개의 MP3 플레이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한계를 느껴서 아이팟 사용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팟 대신 차라리 값싼 중국제 MP3로 넘어가더라도 말입니다. (아이팟을 제외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USB 디스크 방식으로 바로 탐색기상에서 음악을 넣을수 있는데, 이 방식이면 무조건 윈미플11 동기화 지원이 되지요)




문제는... 이걸 그냥 오프라인상에서 구입한 것이라면 중고로 냅다 팔아먹겠지만, 온라인 애플스토어에서 구입한거라 뒤에 각인이 찍혀 있어 중고 판매도 여의치 않네요. 아이팟 나노만 되어도 스피커 도크라도 구입해서 뮤직 시스템이라도 구축해 보겠는데, 이건 셔플이라서 그것도 여의치 않고... 이래저래 예상치 못한 고민이네요.



P.S. 사실 아이튠즈의 가장 큰 문제는 프로그램 무게가 아닐까 싶군요. 설치시 퀵타임 무조건 설치... 퀵타임을 별로 안좋아하는지라 기피하는 편인데, 이부터가 걸립니다. 거기에 프로그램 실행과 관계없이 시작 프로세스 수 4개.. 실행하면 7개... 참 무겁게도 만들었습니다. 단일 프로그램 사상 최고 수준이 아닐지...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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