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말씀드렸나 모르겠지만, 사실 제가 Ubuntu를 접한지는 꽤 되었습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리눅스라는게 좋다고 해서 한번은 꼭 제대로 써보고 싶었는데 대충 여러 사람들이 우분투가 초보자가 쓰기 가장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몇버전대인지는 모르지만 아뭏튼 설치해서 써보려고 이래저래 뚝딱거리다가 Windows와도 너무 다른 특성들에 적응이 안돼서 대략 한번 깔아보고 지우기를 몇번을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나서 내린 결론은 늘 "리눅스라는건 나같은 초짜가 쓸 운영체제가 절대로 아니다!"였지요. 그렇게 한 2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Atom CPU라는 인텔의 인류 기만 사기극의 결과를 손에 얻게 되었는데, 아주 자연스레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 우분투를 설치하게 되었고, 중간에 그냥 습관적으로 Windows 두어번 설치한 것 이외엔 현재까지 약 한달여동안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예전에 쓸때만 하더라도 한번 설치해보고 좀 긁적거려본 다음 몹쓸 물건이라 치부했던 우분투가 갑자기 왜 이리 손에 착착 달라붙게 되었을까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두 가지 프로그램이 손에 익어서 자연스레 우분투도 손에 익은것 같습니다.

1. Mozilla Firefox

IE만 쓰다가 Firefox로 넘어온 것은 그야말로 본능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Torrent라는걸 알게 되면서 토렌트 파일을 배포하는 곳을 찾게 되었는데 우연히 발견한 사이트에서 토렌트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때 IE로는 이상하게 제대로 다운로드가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Firefox로는 제대로 되었고 말이죠.

인터넷 뱅킹 & 쇼핑 vs. 야동 다운로드 .... 둘 사이에서 한없이 번뇌했지만 결과는 간단했습니다. 본능의 승리였지요. 그렇게 처음 Firefox의 주 용도를 찾은 후 간간히 Firefox를 사용하다가 어느덧 Firefox로만 웹서핑을 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이젠 Firefox에 익숙해져서 IE를 만지면 오히려 낯설다는 느낌마저 들게 되었지요.

그러니 우분투로 넘어왔을때도 주된 PC의 용도인 웹서핑에서 아무 장벽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IE에만 익숙했을 때만 하더라도 우분투에서 쓰는 Firefox가 도통 적응이 안돼서 몹쓸 물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Firefox에 익숙해지니 우분투에서 Firefox를 쓸 수 있다는건 오히려 동일한 환경에서 웹서핑을 할수 있다는 장점이 되었고 이는 곧 우분투에 안착하게 한 요인이 되었지요.

2. Microsoft Windows Vista

생뚱맞죠? 갑자기 Windows Vista라니 말입니다. 흔히 말해지듯 Windows Vista가 구려서 우분투로 넘어온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비스타가 좋은 OS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비스타가 불만족스러워서 넘어가는 것이라면 대부분 그렇듯 Windows XP로 가는게 속이 편하죠.

요인은 다름아닌 Windows Vista의 UAC입니다. 다소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저는 UAC를 통해서 리눅스에서 "sudo"로 대표되는 권한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죠. 이걸 몰랐을때만 하더라도 당췌 리눅스에서 뭘 할때마다 뜨는 암호치는 창이 그냥 몹쓸 물건이라고만 생각해서 "역시 리눅스는 몹쓸 물건"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는데, Windows Vista를 쓰면서 UAC에 대해 알고 나니 리눅스에서의 권한시스템이 이해가 되고 아무 장벽 없이 우분투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이라는게 그렇잖아요? 그냥 좋으니깐 쓰라고 하면 오히려 의심하고 안쓰게 되는데, 그것에 대한 이해를 하면 자발적으로 쓰게 되는것처럼요. UAC를 이해하고 나니 뭐 UAC의 원조격인 리눅스의 소위 sudo 시스템은 그냥 쏙쏙 들어오더군요.

때문에 Windows XP만 쓸때는 어떻게 해도 리눅스에 적응을 못하다가, Windows Vista를 쓰고 나니 단번에 리눅스에 적응이 되어버린 겁니다. 아마 저만이 아닐겁니다, Windows에서 리눅스로 넘어갈때 리눅스의 보안구조가 장벽이 되는게 말이죠.

이런 이유로... 요즘 저는 Windows Vista / 7을 사용한다고 하면 무조건 UAC를 꼭 켜라고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UAC자체가 Windows의 보안성을 높여준다는게 그 이유이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UAC를 켜고 사용해야 다른 종류의 OS에 보다 다가서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S #1. 물론 순서가 거꾸로 되었다는건 압니다. 분명히 Vista의 UAC가 리눅스의 소위 sudo 시스템을 따라한게 맞죠.
P.S #2. 이런 이유로 소위 OS 비교글 - 대개 댓글전쟁으로 이어지는 - 에서 非 Windows 사용자들이 UAC 까내리는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Windows 유저들이 UAC 끄고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소위 권한 구조를 사용하고 있는 다른 OS에선 멀어질 뿐이죠.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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