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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95 스크린샷 (출처: Wikipedia)


이제까지 썼던 윈도우 중 저에게 있어 가장 오랜 기간동안 사용한 운영체제를 생각해보니 바로 Windows 95더군요. 대충 1996년 초부터 2001년 중반까지 펜티엄 133MHz 컴퓨터에서 사용했으니 5년 좀 넘게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이 바로 Windows XP, 2002년 초부터 2007년 초까지 사용했는데 계산해보니 Windows 95보다 조금 짧은 기간동안 사용했습니다.

물론 밀도로만 따지면 XP가 단연 앞서겠지요. 95를 사용한 기간은 군대(군생활 2년여동안은 오히려 Windows 3.1을 사용했었습니다), 어학연수 등으로 인해 좀 빠진 기간이 많은 반면, XP는 거의 모든 기간동안 알짜로 사용했었으니깐요. 하지만 애증이랄까요? 시리얼키를 외울 정도로 재설치를 많이 했으며, 또 그 때문에 컴퓨터에 대해 관심이 커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미운정 고운정은 Windows 95에 더 많이 들었습니다.

Windows 95의 의의라면... 아마 Microsoft가 GUI를 채용한 최초의 개인용 운영체제라고 할까요? 사실 그 전의 윈도우... 1.0부터 3.1까지는 운영체제라기 보다는 도스상에서 실행되는 운영환경에 더 가까웠습니다. 3.1의 경우 실행 자체도 도스상에서 명령어 실행으로 가능했으며, 부팅시 실행도 autoexec.bat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으니깐요. 반면 Windows 95는 많은 도스호환코드가 들어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독자적 부팅과정을 거쳤습니다. 네이티브 모드의 도스를 쓰기 위해선 멀티부팅을 해야만 했으니 확실히 Windows 3.1과 구별되는 떳떳한(?) 운영체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Windows NT쪽은 3.5버전을 거쳐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앞에 "개인용"이라는 키워드를 두었습니다.)

뭐... 컴퓨터의 역사등 책에 나오는 딱딱한 이야기는 다 집어치우고 소감 위주로 넘어가겠습니다. 10년이 지난 OS를 지금이야 사용기를 올리는것부터가 이상한데, 굳이 다른 리뷰처럼 딱딱한 틀속에 갇힐 필요가 없겠죠... 으허허

일단, 처음 Windows 95를 봤을때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불안감"이었습니다. 이 불안감은 커널 오류로 인한 블루스크린이나 에러화면이 아니라, 바로 도스를 못쓴다는 것이었죠. 당시 컴퓨터를 보면 CD부팅이라는건 없었는데, Windows 95는 CD로 나왔으며 만약 Windows 95가 잘못되어 다시 설치해야 할 경우 MS-DOS가 없으면 방법 자체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단지 MS-DOS만 있으면 되는게 아니라 MSCDEX였던가요? 도스상에서 CD드라이브를 쓸 수 있게 config.sys나 autoexec.bat이 설정된 도스가 필요했었습니다. 사실 CD롬이 달린 컴퓨터는 처음 쓰는 상황에서 어디 그런것을 알고 있었겠습니까? 처음엔 무지하게 삽질을 했었죠. Windows 95에 보면 부팅디스크 만들기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딸랑 그것만 믿고 부팅디스크를 만든 다음 과감히 format c:..... 그리곤 CD롬을 못찾아서 발을 동동 굴렀던게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찌 익숙해져서 이제 더이상 그부분에 대해선 헤매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아마 이때가 대충 Windows 95를 열번 쯤 재설치한 후일 겁니다. 이땐 혹시 모를 에러에 대비해서 3,5인치 디스켓 한통을 구입해서 아예 백업 도스를 모두 만들어버렸죠. 그리고 구석구석 눈에 잘 띄는데 보관해뒀습니다. 아는 사람은 아실겁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게 무슨 말인지요.. 허허

1996년 제가 Windows 95를 사용하기 시작할 때 Windows 95 전용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았었습니다. 사실 컴퓨터를 살 때 들어있었던 번들 프로그램 - 미디어 재생용 프로그램이 전부였습니다. 당시 많이 썼던 한글 3.0b도 엄밀히 따지면 Windows 3.1용 프로그램을 대충 95용으로 껍질만 씌워놓은 형태였고, 다른 윈도우 프로그램 역시 비슷한 형태가 많았었습니다. 때문에 프로그램이 꽤 지저분하게 설치되는 것이 많아서 언인스톨도 제대로 안되는것이 다수였죠. (이것들이 바로 윈도우를 수없이 재설치하게 만든 주범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MS-DOS 기반의 게임들이었죠. 그나마 게임은 나았던 것이, 비록 도스기반 게임이라 할지라도 꽤 많은 수가 Windows 3.1을 겪은 탓인지, Windows 상에서도 도스창을 통해 바로 실행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제가 즐겼던 C&C 1편과 윙커맨더 4편이 그런 형태였습니다. 물론 패치를 통해 이루어진것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Windows 95는 아시듯 수많은 에러와 BSOD에도 불구하고 꽤 빨리 안착되었나봅니다. 여전히 당시 주로 쓰던 한글이나 이야기 등 국산 프로그램은 3.1 기반이었지만, 해외 프로그램은 Windows 95에서만 실행되는게 괜찮은 품질로 다수 등장했었고, 96년이 끝나갈 즈음엔 더이상 MS-DOS 멀티부팅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고, Windows상에서만 제가 원하는 것을 거의 전부 할 수 있을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야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윈도우로 나온 이야기를 사용해보고 상당히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복제방지를 위해 설치제한같은게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 방식이 상당히 골때렸던지라 조각모음을 해도 당시 시스템 관리 유틸리티였던 노턴 유틸리티를 이용하여 조각모음을 하면 인증(?)이 풀어져버려 사용을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하드디스크의 특정위치에 인증파일을 위치시키는 방식이었던것 같은데(지금의 광학매체 락같이 말입니다) 어떻게 그걸 하드디스크에 쓸 생각을 했는지... 여하튼 당시 국산 소프트웨어의 대표격이었던 한글과 이야기의 Windows 95 적응은 상당히 늦은 편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것은 이 소프트웨어들의 위상이 추락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을 했었죠)

거기에 DirectX의 등장, 인터넷의 대중화는 Windows 95에 힘을 더해줘서 제가 Windows 95를 쓰기 시작할 때 맥킨토시나 OS/2의 위협은 더이상 위협이라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기억해보면, 이때가 아마 Microsoft 역사상 가장 큰 모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프로그램 호환성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고, OS 자체의 성능도 경쟁자에 비해 딱히 좋다고 말하기 어려웠으니 말입니다. 오죽하면 Bill Gates가 자서전까지 써가면서 Windows 95를 띄웠겠습니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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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Gates의 자서전인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의 표지. 당시 읽을땐 상당히 재미있게 봤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우습기도 합니다. (출처: Wikipeida)




Windows 95는 제가 가장 애착을 갖고 썼던 OS이니만큼, 돌아볼 게 좀 많습니다. 생각나는대로 다음 포스팅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주제는 대충 DirectX와 게임, 그리고 Internet Explorer 등등이 되겠죠. 그럼~~~~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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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almaegu 2008.02.12 1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

    윈95는 그래도 시리얼번호가 98이후에 비해서 짧았기때문에 정말 외우는분들도 많았죠 그만큼 다시 재설치하기도 많이 했구요

    종료 버튼으로 도스로 시작이던가 (시스템 재부팅말고) 그거 눌러서

    chcp437 누르고나면 이상하게 깨진걸 다시 영문로케일로 설정해서 도스게임하고 그랬었죠

    저도 윙코맨더4 양말곽을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그때는 세상에 부러울게 없었는데 말이죠

    이야기 문제는 윈도우 95 조각모음이 아니라 윈도우95용으로 출시된 노턴디스크닥터랑 조각모음이 조각모음하면서 순서를 정렬해서 이야기 락과 충돌했던 문제입니다

    하드의 특정위치에 그냥 파일만 하나 기록하는겁니다 (물리적으로 배드섹터를 만들어 체크하는 플로피디스크에 걸린 락 같은것과 달리)

    그때도 저문제로 욕을 꽤 많이 먹었던것이 생각나네요

    윈도우 95가 보급될랑말랑할때 펜티엄이 등장했었는데 60이던가 66이 오류가 있어서 또 보급이 늦어졌던 일도 있습니다

    실제로 윈도우95는 출시에서 완전한 보급과 표준형태로 자리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osr2 버젼이 나온 이후부터 좀 쓸만해졌는데 그때는 98년경인가 그랬죠

    지금의 비스타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비스타나 비스타이후의 어떤것으로 넘어가겠죠

  2. 마이커피 2008.02.12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생각해 봐도 윈도우 95 는 참 허점이 많은 OS 였습니다. 하지만 그 허점이라는 것은 DOS 와 윈도우 3.1 을 완전히 잘라버릴 수 없었던 당시 상황이 원인이었으니, MS 만을 탓하기도 참 뭣하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 윈도우 95 가 불안정했던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윈도우 3.1 이나 DOS 시절의 어플리케이션들이었으니...

    그래도 이러한 '성장통' 을 잘 넘어간 덕에 윈도우 98 대에 와선 나름 쓸 만한 수준의 안정성 (물론 '만족' 까진 아니었지만...) 과 사용성 등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의 골치 아팠던 기억들까지 미화되진 않지만 말이죠 ㅋㅋ

    • MaanMaan 2008.02.13 06: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역시 당시 한글3.0b를 사용하면서 불안정성을 두배로 느꼈죠. 한글 3.0은 완전한 95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윈도우 3.1 기반 프로그램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이때문인지... 윈도우로 넘어오면서 한글은 상당히 많은 사용자들이 MS워드로 넘어간걸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