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인 2010년 1월 27일 그동안 루머로만 돌았던 아이패드가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관점은 역시나 IT업계에서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애플의 제품답게 환호 그리고 실망까지 다양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어찌 되었던 간에 대중과 업계의 주목을 받는데는 성공했다는겁니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대체 아이패드를 통해 애플은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더 쉽게, 애플은 왜 아이패드라는것을 이런 형태로 만든 것일까요?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블로그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는데, 저는 아이패드에서의 플래시 블록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볼까 합니다.

플래시 관련해서 주체인 애플과 어도비간엔 이미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애플은 HTML5라는 표준 규격을 내세우며 게으른 어도비와 조악한 플래시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반면 어도비는 현재 사용자의 경험을 내세우며 예전부터 아이패드가 사용하는 아이폰OS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고 하지요.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애플이라는 플랫폼홀더와 클라이언트 관점에서 써드파티에 불과한 어도비와의 충돌? 아무리 봐도 그리 애플에게는 수지맞는 장사가 아닙니다. 하나의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선 하나라도 더 응용프로그램이 있는게 좋으며, 더군다나 지금 애플과 부딪히는 대상은 그냥저냥 개발업체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애플과 지극히 친밀한 관계였던 어도비라는겁니다. 과거 맥이 끝도 없이 추락할 때 그나마 맥을 사용할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포토샵의 제작사가 바로 어도비죠. 만약 그때 어도비가 없었더라면 애플은 아마 스티브잡스가 복귀할 틈도 없이 시장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정도로 애플에게 소중한 어도비인데 지금 어도비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것을 감수할 정도라는건 애플이 더 큰 걸 바라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아마 타당하겠지요.

일단 여기서 애플은 HTML5를 내세웁니다. 현재 플래시 등 사기업에 의해 주도되는 RIA 플랫폼 대신 표준 규격에 의해 주도되는 RIA가 타당하다는거죠. 원칙적으론 맞습니다. 저 역시 이부분에 있어선 찬성하고요. 하지만 기업의 속성이라는걸 생각해보면 선뜻 이해가 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기업이라는 집단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절대 "공개 표준을 지키자"같은 추상적인 목적으로 움직이지 않거든요. 때문에 애플이 내세우는 HTML5라는건 속마음은 숨긴채 내세우는 하나의 핑곗거리에 불과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정말 애플이 웹표준을 위한다면 자사 웹브라우저인 데스크탑용 사파리에서도 플래시를 블록시켰어야만 하고, 자사 홈페이지에 도배되어있는 각종 퀵타임 플러그인과 연결되는 비디오 컨텐츠들도 HTML5 비디오 기능을 통해 구현시켰어야만 합니다. (수정 - 아이패드 소개 동영상같은 최신 비디오 컨텐츠는 HTML5 비디오 기능을 제공하는 최신 웹브라우저에서 곧바로 실행되더군요. 다만 코덱 문제인지 파이어폭스에선 여전히 퀵타임을 통해서만 재생이 되었습니다)

다시 플래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현재 플래시가 주로 쓰이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각종 벡터 애니메이션(플래시의 원래 목적이 이것이었죠)부터 웹 유저 인터페이스, 각종 멀티미디어 웹 오브젝트까지 다양합니다. 그중 엔드유저가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인터넷 광고입니다.

이쯤해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게 무엇인지 감이 오셨을겁니다. 플래시 차단을 통해 나오는 가장 효과적인 부분은 바로 인터넷 광고의 차단이라는거죠. 그리고 이 부분의 정점으로 가면 현재 애플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라는 구글과 MS가 존재합니다. 구글이야 아시다시피 인터넷 광고를 통해 먹고 사는 기업인지라 말할것도 없고, MS의 경우도 대부분의 수익이 윈도우와 오피스 판매에서 나온다지만 최근 인터넷 광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몰두하는만큼 인터넷 광고에 대한 블록은 MS의 사업을 삐끗거리게 하는데 충분합니다.

물론 이건 장기적인 방법이 될수 없습니다. 플래시가 인터넷 광고에 잘 사용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인지라 플래시가 효과적으로 사용될수 없는 상황이 되면 고전적인 GIF부터 표준 HTML 규격까지 사용해서 구현하면 그만이니깐요.

하지만 이에 대해 애플은 슬슬 준비를 하고 있는듯 보입니다. 얼마전 어떤 게시물에서 여러 인터넷 이용자들의 인터넷 사용 목적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개 인터넷을 사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뉴스 등을 통한 정보 취득과 이메일이나 SNS같은 커뮤니티 활동이 주 용도라고 합니다. 이 중 이메일이나 SNS같은 커뮤니티 활동은 아이폰을 통해 웹을 벗어나 아이폰 종속의 어플리케이션화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남은건 뉴스죠. 실제 인터넷을 보면 다양한 정보의 보고라고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정보를 보면 몇몇 전통적인 뉴스 언론이 확대 재생산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대개 웹이라는 규격에 공고히 자리를 잡고 있지요. 현재 애플은 아이패드와 관련해서 유명 뉴스 언론사와 컨텐츠 제공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현재 웹 중심으로 운영되는 각종 서비스는 대개 인터넷 광고에 의존해서 운영되는 형태인데, 애플은 이것들을 자기 플랫폼 전용 어플리케이션으로 끌고 들어오려고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앱스토어 예에서 보듯 각종 웹 컨텐츠 제공자들은 굳이 광고 수익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되지요. 이는 현재 인터넷 광고가 주 수익인 구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현재 광고시장에 힘을 쏟고 있는 MS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애플의 플래시 블록은 단지 어도비와의 파워게임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플래시 부재를 통한 광고시장의 교란을 이용해서 그간 광고수익에 의존하고 있던 여러 웹컨텐츠 제공자들을 최근 내놓은 아이패드 플랫폼으로 흡수하려는게 1차적인 목적이며, 장기적으로는 컨텐츠 제공자들이 더이상 웹광고에 의존하지 않게 하여 구글과 MS에 타격을 입히려는 전략이 숨어있지 않는가입니다.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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