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 이야기를 하다 보면 흔히 나오는 이야기가 아무리 예쁜 한글 글꼴이 나와도 사실상 웹상에선 굴림체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가독성 때문이죠. 흔히 쓰이는 글꼴 크기가 티스토리 에디터 기준 9pt인데, 이 크기에선 굴림체 등 이전 윈도우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온 4종 글꼴(굴림, 궁서, 돋움, 바탕)을 제외하곤 획이 흐리게 보이며 이 때문에 맑은 고딕이니 나눔글꼴이니 아무리 다른 좋은 글꼴이 나온다 해도 결국 가독성 때문에 굴림체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약간 촛점을 돌려서 스마트폰을 보죠. 흔히 사용되는 아이폰의 경우 애플고딕이 쓰입니다. 애플 고딕이라... 맥 유저들의 말을 빌리자면 거의 OSX의 오점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가독성이 최악이죠. 헌데 맥에서와 달리 아이폰에서의 애플고딕은 그런 말이 없습니다. 사실 제가 봐도 맥에서와 달리 아이폰상에서의 글꼴은 꽤나 또렷하니깐요.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이까요? 그것은 현재 스마트폰 등 휴대형 기기에서 쓰이는 디스플레이의 PPI(Pixel Per Inch)가 PC 모니터의 그것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24인치 1920x1200 해상도 모니터의 PPI가 94PPI인데 비해 아이폰 3GS의 경우 163PPI, 아이폰4의 경우 326PPI라고 합니다.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갤럭시S의 경우 233PPI입니다.

참조문서 - http://en.wikipedia.org/wiki/List_of_displays_by_pixel_density

이 때문에 비슷한 크기의 글꼴을 표시하더라도 PC에서 다소 흐릿하던게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선 별 문제가 없으며, 이 덕에 스마트폰상에선 윈도우보다 훨씬 미려한 모양의 글꼴을 기본적으로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윈도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사실 윈도우에선 예전부터 PPI를 조정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습니다.


윈도우7을 기준으로 보면 제어판 하위 항목에 이렇게 해상도와 별개로 PPI를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하죠.


효과는 확실합니다. 다소 흐릿했던 윈도우 비스타 이후 기본 글꼴인 맑은 글꼴이 150% (144DPI) 수준으로 높이자 꽤나 또렷해졌죠. (이는 크기를 키워서 그런게 아니라 기본 96DPI상에서 보이던 흐릿한 획이 144DPI상에선 없어져서 그런겁니다)



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매우 많이(!) 존재합니다.

우선 대부분의 윈도우 프로그램들이 기본 DPI인 96DPI 이외에선 인터페이스가 다 깨진다는겁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면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윈도우에 내장된 가젯인 시계 가젯을 제외하곤 DPI를 높였을때 크기가 제대로 변하질 않습니다. 스크린샷을 미처 찍진 못했지만, 제가 DPI를 변경하면서 확인한 바로는 윈도우 및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DPI 변경이 제대로 인터페이스상에 구현된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습니다.

두번째는 굴림체입니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굴림체는 기본 크기 이외에서 글꼴 모양 자체가 달라집니다. 굴림체도 클리어타입이 적용된다곤 하지만 그건 글꼴 크기를 엄청나게 키웠을때나 그렇지 150% 크기에선 클리어타입이 적용되지 않고 튀는 도트 때문에 눈이 아파오기까지 할 정도죠.

특히나 윈도우상에서 굴림체가 거의 기본 웹 글꼴인 상황이라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집니다. 사실상 현재 쓰이는 해상도 및 크기 이외의 규격은 쓸 수 없을 정도니깐요.

세번째는 아무도 관심을 안가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윈도우 기준 96DPI 상에서 글꼴이 흐릿해 보인다는건 어디까지나 한글이나 한자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그런거지, 알파벳 계열 문자에선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주된 플랫폼(윈도우, 맥, 리눅스 등등)의 제작자가 대부분 미국에 있는 만큼 그네들 입장에선 불편함이 없으니 개선할 이유도 크게 없는거죠.


위 스샷을 보면 더더욱 알수 있습니다. 150% 크기에서 흉악한(!) 모양을 보이는 굴림체가 사용된 한글 윈도우와 달리 영문 윈도우는 꽤나 깔끔하죠. 클리어타입도 다 적용되어 있고, 자세히 보면 글자 간격 같은것도 한글 윈도우는 뭔가 조잡해 보이는데, 영문 윈도우에서 글자 위치는 꽤 잘 잡혀 있습니다. (한글 윈도우에서 확대된 맑은 고딕 글꼴 위치는 다소 밑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비영어권 문자의 문제를 조금 더 말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각성해야 합니다. 비스타 이후 클리어타입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글꼴이라면서 맑은 고딕을 넣었는데 대체 이거 딸랑 하나로 뭐하자는 겁니까? 기존 4종 글꼴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더라도 최소 명조체쪽에 대응할 세리프 계열 글꼴 하나는 더 넣었어야 합니다. 이는 한글 뿐 아니라 일본어나 한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개새끼 해봐 한국 마소는 이런거 본사에 좀 강하게 피드백을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비용입니다.

PC 모니터에서 소위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쓰인다는건 같은 크기에서 해상도가 높아진다는걸 뜻하죠. 현재 96PPI에 가까운 디스플레이장치가 문자 그대로 레티나급인 300PPI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한글/한자 글꼴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인 150% 크기인 144PPI 수준으로 가려면 현재 1920 x 1200 해상도의 24인치 모니터가 2880 x 1800 해상도로 높아져야 합니다. 이는 즉 현재 사용되는 디스플레이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며, 대량생산되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생산 라인이 싸그리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같은 크기에서 해상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고 디스플레이 가격 자체가 더 높아질뿐더러 제품 신뢰성도 낮아지고.... 뭔가 많이 복잡해집니다. 현재 평균 모니터 가격을 3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PPI가 높아진 PC용 모니터 평균 가격은 그 배에 달할수도 있죠.

거기에 높은 해상도를 무리없이 돌리기 위해선 그만큼 고사양의 프로세서와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는 등등등... (보통 큰 모니터는 모든 지름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니터 해상도가 높아지면 더 좋은 그래픽카드가 필요하고, 해상도가 높아짐에 따라 멀티태스킹 빈도가 높아지면서 더 좋은 CPU와 더 큰 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해지고, 마우스 역시 이전에 400DPI 해상도로 충분했던게 1920 해상도로 높아지면 최소 1000DPI 가 필요해지죠..) 대충 1000달러면 그럴듯하게 견적이 나올 수준으로 낮아진 PC 가격이 갑자기 높아질수도 있는 등 PC에 들어가는 평균적 비용 자체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필요합니다.

우선 이 이야기를 꺼낸 화두인 또렷한 한글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96DPI 기준 해상도로는 영어는 모르지만 한글 및 알파벳 계열을 제외한 문자를 보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또한 현재 PC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폰 및 타블렛은 이미 높은 PPI가 구현되고 있다는 점도 있죠. 글 앞부분에 제시한 위키피디아 링크를 보면 사실상 TV를 제외하곤 PC 모니터의 PPI가 가장 낮으며 이는 다른 장치에서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많은 문서를 PC에선 그만큼 흐릿하게 본다는 것이며 이는 차후 뷰어로서의 PC가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겁니다. (심지어 차세대 아이패드엔 2048 x 1536 이라는 현재 PC에서 일반적인 상한선인 1920 x 1200 해상도를 훌쩍 뛰어넘는 해상도의 디스플레이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이 해상도에서 문서를 본다는건 상상만으로 황홀할 수준이죠)

굳이 디스플레이를 바꾸지 않더라도 눈이 안좋은 사람들에겐 현실적으로 필요한 옵션이기도 합니다. CRT에서 LCD로 넘어오면서 LCD엔 적정해상도라는게 존재해 예전처럼 글자 크기가 작다고 해서 해상도를 낮출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이때 가장 요긴한 옵션이 바로 윈도우 자체에서 DPI를 높여버리는거죠.


솔직히 가능성은 없는 문제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OS 제작자들부터 다 서양권이라 현실적으로 필요 없는 문제일뿐더러, 현재 프로그램 자체가 다 새로 만들어져야 할수도 있으니깐요. 거기에 디스플레이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정말 차라리 제가 지금 대통령에 출마해서 당선되는게 더 확률이 높다고까지 생각되지만, 최소 더 나은 PC 환경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누군가가 먼저 움직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P.S 1. 제목에 "레티나"라는 단어를 사용한것은 문자 그대로 애플 디스플레이 및 기기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높은 PPI 디스플레이를 한마디로 표현할 때 가장 적절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P.S 2. 윈도우를 제외한 OSX 및 우분투에서 DPI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P.S 3. 제가 개념이 아직 없어서 DPI와 PPI가 다소 혼동되어 쓰여졌을 수 있습니다. 그냥 넘어갑시다.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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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용하는 음악 재생 프로그램인 Zune Software입니다. 원래는 망했다는(?) Zune의 동기화 프로그램용으로 나온 프로그램인데(마치 아이팟의 아이튠즈처럼), 굳이 Zune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재생기 그 자체가 맘에 들어서 요즘 주 음악 재생기로 사용중인 프로그램입니다.



스크린샷으로 볼 수 있듯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상당히 디자인이 미려합니다.

이전 버전까지만 해도 영문 글꼴은 Segoe로 나온 반면 한글 등 비영어권 문자는 굴림체로 나와서 디자인적으로 영 보기가 어색했기에 몇 번 사용해보고 지웠지만, 이번에 Windows Phone 7 공개와 더불어 4.7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드디어 비영어권 문자에서도 클리어타입이 지원되지 않는 구형 글꼴 대신 맑은 고딕 같은 신형 글꼴이 지원되는지라 정식으로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지요.

스크린샷을 보면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라이브러리 기반 플레이어입니다. 모태가 되는 Windows Media Player가 기본적으론 라이브러리 기반이지만 숨겨진 옵션을 통해 폴더 기반으로도 사용할 수 있던것에 비해 이 Zune Software는 라이브러리 기반만 지원하는 듯 합니다. 여전히 많은 유저들이 이 라이브러리 관리 방식을 낯설어 하는지라 단점이라면 단점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이 부분에 동감하는게, 라이브러리 관리를 위해 태그를 정리해 주는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iTunes나 제가 태그 정리를 위해 사용하는 Mp3Tag 같은 프로그램이라면 자동으로 앨범아트까지 한번에 정리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앨범 단위로 지정된 영미권 팝 계열에서만 편하게 될 뿐이지, 가요나 클래식 계열로 들어가면 거의 답이 없는게 현실이거든요.

예를 들어 가요의 경우 요즘 대부분의 가수들이 사용하는 영어 이름이 문제입니다. 가령 위에 나온 SG 워너비의 경우 자동 태그 정리를 이용하면 SG 워너비, SG워너비(띄어쓰기 주의), SG Wanna Be 등등... 완전 제맘대로입니다.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함에도 아티스트 이름이 일치하지 않아서 수동으로 맞춰줘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든다면, 대부분 앨범 단위가 아닌 한 곡 단위의 음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완전 수동으로 태그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거죠. 이 때문에 라이브러리 관리 방식이 아무리 편하다 말해도 정작 대부분의 사용자들에 있어서 기존 음원 데이터를 라이브러리로 재구축한다는건 꽤나 큰 부담이기 때문에 잘 먹히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저만 해도 제가 가지고 있는 음원 데이터를 분명히 대부분 CD리핑을 통해 생성부터 태그를 입힌 채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일관성 있는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 위해 장장 한달이란 시간을 소비했으니깐요.

잡설이 길어졌는데, 아뭏튼 이 Zune Software는 라이브러리 기반 플레이어이며 이것에 익숙치 않다면 사용하기가 다소 까다로울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에 익숙하다면 윈도우 라이브러리 기반 플레이어답게 이쪽 계열에서 대표적인 iTunes에 비해 확연한 장점이 있기도 합니다.

바로 탐색기같은 파일관리자와 실시간 매칭이 된다는 거죠. iTunes의 경우 탐색기상에서 파일 변경이 있을때 즉각적으로 iTunes 상에서 변경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 수동으로 늘 라이브러리를 리로드시켜줘야 했습니다만, 윈도우 라이브러리를 이용하는 WMP나 이 Zune Software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파일 변경시 늘 해당 소프트웨어를 켜놔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만, 최소 WMP나 Zune Software를 켜놓은 상태에서 탐색기상에서 음악 폴더에 파일 추가나 수정을 시켜주면 실시간으로 변경 사항이 바로 라이브러리에 반영이 되어서 이중 작업이 필요없어지죠.

무엇보다 제가 이 Zune Software에 맘에 드는 점은 바로 속도입니다. 이전 버전인 4.2까지만 해도 초기 구동속도가 다소 느린 감이 있었는데, 이번 4.7 버전은 이미 1만여곡의 음악 라이브러리가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아이콘을 클릭하면 거의 바로 실행됩니다. 보통 가볍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하는 알송, 윈앰프, 푸바 등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죠.

초기 구동속도 뿐 아니라 평소 동작 속도도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보통 화려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으면 그에 반비례해서 속도는 느려진다는게 일반적인 통념인데, 이 Zune Software에는 그런 점이 전혀 없습니다. 뜨는 속도도 빠르고 탐색 등 제어 속도도 정말 빠릅니다.

단점이라면 사실 음악 재생기로 쓰기엔 여전히 몇가지 기능이 모자라다는겁니다. 우선 이퀄라이저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오직 노멀 상태로만 음악을 들어야 하죠. 굳이 이퀄라이저를 쓰고 싶다면 재생기 차원이 아니라 사운드카드 드라이버 수준에서 지원되는 기능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클래식을 들을때 걸리는 부분인데 작곡가별 정렬 기능이 없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보통 보컬 위주 음악의 경우 대표 Artists로만 정렬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클래식의 경우 작곡가가 중심이 되죠. 때문에 작곡가 정렬이 필요한데 아직 이 Zune Software에선 이 기능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이 프로그램은 사실 재생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원래는 Zune이라는 MS가 만든 포터블 플레이어를 위한 동기화 프로그램이죠.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나올 Windows Phone 7 기기의 동기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워낙 아이튠즈나 소닉스테이지 등 동기화 프로그램이라고 나온 것들이 느릿느릿해서 불만을 가진 분들이 많고, 또 그것 때문에 어설픈 동기화 프로그램보다는 그냥 USB 디스크 방식으로 연결되는 기기를 선호하는데, 적어도 이 Zune Software의 경우엔 약간 생각을 달리해도 좋을 정도로 속도 면에선 만족스럽습니다. 이때문에 덤으로 앞으로 나올 Windows Phone 7 기기들이 기대된다고나 할까요?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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