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Windows 95는 안좋은 호환성과 떨어지는 성능 및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경쟁자였던 Mac 진영과 IBM의 OS/2를 압도하고 새로운 운영체제의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했는데, 그것에 있어선 다른것보다 게임의 역할이 컸습니다. 게임이야말로 개인유저에게 있어 가장 효과적인 킬러 어플리케이션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니깐요.

물론 그 전의 상황을 보면 MS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수많은 MS-DOS 기반 게임들이 바로 그것이었죠. Wikipedia에서 찾아보면 어지간한 콘솔보다 많은 수의 게임이 바로 MS-DOS를 플랫폼으로 하여 발매되었는데, 이는 MS-DOS가 매우 성공한 게임플랫폼임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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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OS시절 대표적인 게임 DOOM의 스크린샷 (출처: Wikipedia)



하지만 사실 MS-DOS 게임은 Windows에서 무용지물과 다름없는게 현실이었죠. Windows GUI의 렌더링 방식은 DOS상에서 게임그래픽을 그려내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Windows 3.1이 등장한 이후에도 최고의 게임 플랫폼은 여전히 MS-DOS였습니다. (비스타에 와서야 게임그래픽 구동방식과 데스크탑그래픽 구동방식이 하나로 되기 시작했습니다... 뭐 아직까진 불완전해도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같은 MS플랫폼이라 할지라도 차세대로 갈수록 DOS 플랫폼을 사장시키려는 Microsoft에 있어 게임이 여전히 DOS에 머무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Windows 95부터는 아예 게임을 위한 구조를 OS 안에 집어넣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DirectX입니다. DOS상에서 로우레벨 프로그래밍으로 낼 수 있는 렌더링 속도를 Windows 상에서도 구현시킨다는 것이 그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Windows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드라이버를 통한 표준화된 하드웨어 구동방식을 접한것이 바로 DirectX죠.

(DirectX 초창기 게임잡지 등에 돌았던 헛소문중 하나가 DirectX를 쓰면 게임 가속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486급 하드웨어에서 펜티엄급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다는 둥의 말이 많았죠. 사실은 이제야 DOS에서 나올만한 속도를 Windows에서 구현했다는 것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그래도 그런 헛소문이 의외로 Windows 95 보급엔 효과적이었습니다.)

실제 Microsoft에서는 Windows 95를 출시하면서 게임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DirectX와는 별개로 위의 Doom을 Windows로 컨버전시키거나, 역시 베스트셀러 게임이었던 Pitfall을 Windows 95용으로 발매시키는 등 말이죠. 당시 게임잡지 부록CD엔 이런 MS의 노력을 결과인듯한 데모CD가 제공되기도 했었습니다. 스크린샷을 못구해서 정확한 설명이 되련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3D 그래픽으로 여러가지 게임의 화면이나 데모버전을 포함했었죠. Dos is Dead라는 말이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Windows로의 게임개발을 위해 Sega를 끌어들이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격투게임이었던 Virtua Fighter가 DirectX를 이용하여 PC로 개발되었을 뿐 아니라 Virtua Cop, Daytona Racing 등 Sega의 인기 게임들은 거의 PC로 컨버전되었었습니다. (이런 Sega와 MS의 관계는 후일 Sega의 마지막 콘솔이었던 Dreamcast에 Windows CE 탑재의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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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 Fighter의 스크린샷. 당시 PC에서 이런 게임을 즐길수 있다는건 말그대로 충격이었습니다. 그 수준도 콘솔보다 나았으니깐요. (출처: Wikipedia)


또한 초창기 Windows 95게임의 특징이라면 바로 일본 게임들이 Windows 95용으로 많이 개발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자국 콘솔에만 매달리는 일본게임계를 보면 다소 실감이 안날지도 모르겠지만, 극초창기 Windows 95용 게임엔 일본제 게임이 상당수를 차지해서 꽤 쏠쏠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양질의 게임이 나와도 초창기 DirectX는 불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안그래도 BSOD가 일상인 Windows 95에서 초창기 DirectX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죠. (현재 콘솔계에서 360의 모습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실제 이런 불안한 모습 때문에 초창기 DirectX 1의 게임을 내놓았던 Sierra 산하 Dynamix의 게임들은 내놓고 나서 많은 비난을 듣기도 했습니다. DOS 시절 최고의 프랜차이즈였던 A-10 Tank Killer, Red Baron 같은 게임들은 Windows 95 첫차를 잘못타서 완전히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죠.

그럼에도 MS의 마켓팅 덕인지, 수많은 PC 게임들은 빠른 속도로 DOS를 버리고 Windows 95 전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중에는 C&C: Red Alert처럼 DOS와 Windows 버전을 둘 다 가지고 있는것도 있었지만, 대충 DirectX 3.0쯤에는 거의 모든 게임들이 Windows 95 전용으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습니다. DX 3.0을 기점으로 DirectX는 상당히 안정적이 되었던것도 컸죠.

사실 이때만 해도 어떻게 보면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부담이 덜했던 시기였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DirectX가 버전업될때마다 하드웨어를 바꿔야 하는게 아니고, 오직 소프트웨어적으로만 DirectX를 업그레이드하면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줬었거든요. 대충 5.0때까지의 DirectX는 전문적인 프로그래머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같은 일개 유저는 더 나은 안정성에 더 나은 그래픽을 "공짜로"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후 VooDoo가 등장하면서 3D 그래픽이 대세가 되고, 7.0 이후 T&L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DirectX의 버전업은 또다른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었죠)

DirectX는 Windows 98이 나오기 전까지 무려 다섯차례나 버전업을 했으며(1.0~5.0, 비록 2.0과 4.0은 발표되지 않았지만요), 이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Microsoft가 게임에 대해 신경을 썼다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는 대부분 게임이 DOS를 버리고 Windows로 왔다는 데서 볼 수 있듯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겠구요.

이 때 얻은 경험은 훗날 MS가 콘솔게임계로 진출할 때 상당한 자산이 되었으니, Windows 95때야말로 이후 Microsoft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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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95 스크린샷 (출처: Wikipedia)


이제까지 썼던 윈도우 중 저에게 있어 가장 오랜 기간동안 사용한 운영체제를 생각해보니 바로 Windows 95더군요. 대충 1996년 초부터 2001년 중반까지 펜티엄 133MHz 컴퓨터에서 사용했으니 5년 좀 넘게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이 바로 Windows XP, 2002년 초부터 2007년 초까지 사용했는데 계산해보니 Windows 95보다 조금 짧은 기간동안 사용했습니다.

물론 밀도로만 따지면 XP가 단연 앞서겠지요. 95를 사용한 기간은 군대(군생활 2년여동안은 오히려 Windows 3.1을 사용했었습니다), 어학연수 등으로 인해 좀 빠진 기간이 많은 반면, XP는 거의 모든 기간동안 알짜로 사용했었으니깐요. 하지만 애증이랄까요? 시리얼키를 외울 정도로 재설치를 많이 했으며, 또 그 때문에 컴퓨터에 대해 관심이 커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미운정 고운정은 Windows 95에 더 많이 들었습니다.

Windows 95의 의의라면... 아마 Microsoft가 GUI를 채용한 최초의 개인용 운영체제라고 할까요? 사실 그 전의 윈도우... 1.0부터 3.1까지는 운영체제라기 보다는 도스상에서 실행되는 운영환경에 더 가까웠습니다. 3.1의 경우 실행 자체도 도스상에서 명령어 실행으로 가능했으며, 부팅시 실행도 autoexec.bat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으니깐요. 반면 Windows 95는 많은 도스호환코드가 들어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독자적 부팅과정을 거쳤습니다. 네이티브 모드의 도스를 쓰기 위해선 멀티부팅을 해야만 했으니 확실히 Windows 3.1과 구별되는 떳떳한(?) 운영체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Windows NT쪽은 3.5버전을 거쳐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앞에 "개인용"이라는 키워드를 두었습니다.)

뭐... 컴퓨터의 역사등 책에 나오는 딱딱한 이야기는 다 집어치우고 소감 위주로 넘어가겠습니다. 10년이 지난 OS를 지금이야 사용기를 올리는것부터가 이상한데, 굳이 다른 리뷰처럼 딱딱한 틀속에 갇힐 필요가 없겠죠... 으허허

일단, 처음 Windows 95를 봤을때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불안감"이었습니다. 이 불안감은 커널 오류로 인한 블루스크린이나 에러화면이 아니라, 바로 도스를 못쓴다는 것이었죠. 당시 컴퓨터를 보면 CD부팅이라는건 없었는데, Windows 95는 CD로 나왔으며 만약 Windows 95가 잘못되어 다시 설치해야 할 경우 MS-DOS가 없으면 방법 자체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단지 MS-DOS만 있으면 되는게 아니라 MSCDEX였던가요? 도스상에서 CD드라이브를 쓸 수 있게 config.sys나 autoexec.bat이 설정된 도스가 필요했었습니다. 사실 CD롬이 달린 컴퓨터는 처음 쓰는 상황에서 어디 그런것을 알고 있었겠습니까? 처음엔 무지하게 삽질을 했었죠. Windows 95에 보면 부팅디스크 만들기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딸랑 그것만 믿고 부팅디스크를 만든 다음 과감히 format c:..... 그리곤 CD롬을 못찾아서 발을 동동 굴렀던게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찌 익숙해져서 이제 더이상 그부분에 대해선 헤매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아마 이때가 대충 Windows 95를 열번 쯤 재설치한 후일 겁니다. 이땐 혹시 모를 에러에 대비해서 3,5인치 디스켓 한통을 구입해서 아예 백업 도스를 모두 만들어버렸죠. 그리고 구석구석 눈에 잘 띄는데 보관해뒀습니다. 아는 사람은 아실겁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게 무슨 말인지요.. 허허

1996년 제가 Windows 95를 사용하기 시작할 때 Windows 95 전용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았었습니다. 사실 컴퓨터를 살 때 들어있었던 번들 프로그램 - 미디어 재생용 프로그램이 전부였습니다. 당시 많이 썼던 한글 3.0b도 엄밀히 따지면 Windows 3.1용 프로그램을 대충 95용으로 껍질만 씌워놓은 형태였고, 다른 윈도우 프로그램 역시 비슷한 형태가 많았었습니다. 때문에 프로그램이 꽤 지저분하게 설치되는 것이 많아서 언인스톨도 제대로 안되는것이 다수였죠. (이것들이 바로 윈도우를 수없이 재설치하게 만든 주범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MS-DOS 기반의 게임들이었죠. 그나마 게임은 나았던 것이, 비록 도스기반 게임이라 할지라도 꽤 많은 수가 Windows 3.1을 겪은 탓인지, Windows 상에서도 도스창을 통해 바로 실행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제가 즐겼던 C&C 1편과 윙커맨더 4편이 그런 형태였습니다. 물론 패치를 통해 이루어진것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Windows 95는 아시듯 수많은 에러와 BSOD에도 불구하고 꽤 빨리 안착되었나봅니다. 여전히 당시 주로 쓰던 한글이나 이야기 등 국산 프로그램은 3.1 기반이었지만, 해외 프로그램은 Windows 95에서만 실행되는게 괜찮은 품질로 다수 등장했었고, 96년이 끝나갈 즈음엔 더이상 MS-DOS 멀티부팅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고, Windows상에서만 제가 원하는 것을 거의 전부 할 수 있을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야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윈도우로 나온 이야기를 사용해보고 상당히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복제방지를 위해 설치제한같은게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 방식이 상당히 골때렸던지라 조각모음을 해도 당시 시스템 관리 유틸리티였던 노턴 유틸리티를 이용하여 조각모음을 하면 인증(?)이 풀어져버려 사용을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하드디스크의 특정위치에 인증파일을 위치시키는 방식이었던것 같은데(지금의 광학매체 락같이 말입니다) 어떻게 그걸 하드디스크에 쓸 생각을 했는지... 여하튼 당시 국산 소프트웨어의 대표격이었던 한글과 이야기의 Windows 95 적응은 상당히 늦은 편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것은 이 소프트웨어들의 위상이 추락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을 했었죠)

거기에 DirectX의 등장, 인터넷의 대중화는 Windows 95에 힘을 더해줘서 제가 Windows 95를 쓰기 시작할 때 맥킨토시나 OS/2의 위협은 더이상 위협이라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기억해보면, 이때가 아마 Microsoft 역사상 가장 큰 모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프로그램 호환성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고, OS 자체의 성능도 경쟁자에 비해 딱히 좋다고 말하기 어려웠으니 말입니다. 오죽하면 Bill Gates가 자서전까지 써가면서 Windows 95를 띄웠겠습니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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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Gates의 자서전인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의 표지. 당시 읽을땐 상당히 재미있게 봤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우습기도 합니다. (출처: Wikipeida)




Windows 95는 제가 가장 애착을 갖고 썼던 OS이니만큼, 돌아볼 게 좀 많습니다. 생각나는대로 다음 포스팅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주제는 대충 DirectX와 게임, 그리고 Internet Explorer 등등이 되겠죠. 그럼~~~~
Posted by MaanM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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